“AI, 과학의 도구를 넘어 ‘방법론’이 되다”: GDG AI for Science 김지응 교수 인터뷰
오늘날 인공지능(AI)은 단순한 기술 혁신을 넘어, 인류의 난제를 해결하고 과학의 지평을 넓히는 핵심 동력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AI는 물리, 화학, 생명과학과 같은 기초 과학 영역에서 복잡한 연산을 획기적으로 가속화할 뿐만 아니라, 인간의 통찰력이 미처 닿지 못한 미지의 영역을 탐색하며 연구의 패러다임을 전환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과학계의 AI 도입을 선도하는 ‘GDG AI 포 사이언스(GDG AI for Science)’를 소개합니다. 2025년 7월 출범한 이 커뮤니티는 단순한 기술 습득을 넘어 AI 기반의 과학적 혁신과 연구 생태계 조성을 목표로 합니다. 최신 AI 툴소개, 노하우 공유, 연구자 간 파트너십 촉진 등 활발한 활동을 통해 학계와 산업계 전문가부터 학생까지 아우르는 교류의 장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구글코리아 블로그는 국내 AI 발전을 위해 앞장서고 있는 ‘GDG AI 포 사이언스’ 운영자인 연세대학교 김지응 교수님을 만나 커뮤니티의 탄생 배경과 향후 비전에 대해 심도 있는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습니다.
1.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연세대학교 인공지능융합대학 컴퓨터과학과 김지응 교수입니다. 학부부터 박사과정까지 컴퓨터공학 및 컴퓨터과학을 전공하였으며, 구글 리서치와 구글 개발팀에서 리서치 엔지니어로 근무한 경험이 있습니다.
저는 컴퓨터과학의 핵심 이론 분야 중 하나인 프로그래밍 언어 이론을 중심으로 한 연구를 수행해 왔으며, 현재는 그 연장선에서 논리적 증명에 기반해, 핵심 컴퓨팅 모듈의 안전성을 보장하는 정형 검증(formal verification) 분야를 주로 연구하고 있습니다.
특히 운영체제, 분산시스템 등의 시스템 소프트웨어와 인공지능 시스템을 대상으로, 복잡해지는 AI 및 시스템 환경 속에서 소프트웨어의 신뢰성과 안전성을 어떻게 체계적으로 보장할 수 있을지를 핵심 연구 주제로 삼고 있습니다. 더 나아가, 이러한 신뢰성과 안전성이 검증된 소프트웨어와 인공신경망을 관련 연구 분야와 산업 현장으로 확산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지속적으로 고민하며 연구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2. 커뮤니티 운영자로 참여하시게 된 배경이 궁금합니다.
서로 다른 분야의 연구자들이 자유롭게 교류하는 '거대한 놀이터'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저는 감사하게도 학계와 산업계 연구소, 그리고 산업 현장에서의 개발 경험을 두루 쌓을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분명히 느낀 점은, 연구자로서 자신의 전문성을 깊게 파고드는 것만큼이나 서로 다른 분야의 언어와 문제의식을 이해하려는 시도 자체가 연구를 한 단계 더 확장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된다는 사실이었습니다.
2025년 7월 2일 GDG AI 포 사이언스 출범 행사에서 운영자인 김지응 교수가 커뮤니티를 소개하고 있다.
지금 우리는 AI가 과학 연구의 방법론 자체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는 중요한 전환점에 서 있습니다. AI의 활용은 이미 다양한 연구 분야에서 핵심적인 요소로 자리 잡았지만, 국내 현실을 돌아보면 개발자 중심의 AI 커뮤니티가 비교적 활발한 반면, 기초 및 응용 과학 연구자들이 AI를 '연구 도구'로서 깊이 논의하고 함께 고민할 수 있는 장은 여전히 충분하지 않다고 느껴왔습니다. GDG AI 포 사이언스는 바로 이러한 간극을 메우기 위해 만들어진 커뮤니티이며, 연구 방법론의 패러다임 전환에 직접 기여할 수 있다는 확신이 들어 운영자로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3. 기존 개발자 중심의 GDG와 비교했을 때, 'GDG AI 포 사이언스'만의 차별점은 무엇일까요?
기존의 개발자 중심 커뮤니티가 모델 성능이나 프레임워크 활용 등 구현 기술에 초점을 맞춘다면, GDG AI 포 사이언스는 해당 기술이 어떤 과학적 질문을 가능하게 하는지, 그리고 기존 연구 방법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를 탐구하는 데 집중합니다. 저희는 AI를 단순한 기술 그 자체로만 보지 않고, 과학 연구를 한 단계 끌어올리기 위한 도구이자 방법론으로 바라봅니다.
따라서 논의의 중심에는 항상 'AI 기술' 이전에 '과학적 문제의식'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AI가 논의의 출발점이 아니라, 각 분야 연구자들이 가진 질문을 해결하기 위한 공통의 언어로 기능하는 것입니다. 특히 물리, 화학, 생명과학, 수학 등 서로 다른 배경을 가진 전문가들이 모든 기술 스택을 완벽하게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서로의 언어를 배우고 자유롭게 질문할 수 있는 문화를 조성하고 있습니다. 결국, AI 시대의 새로운 과학 연구 문화를 연구자들이 함께 실험하고 만들어가는 커뮤니티라는 점이 저희의 가장 독특한 정체성입니다.
4. 그동안 진행된 활동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나 긍정적인 피드백이 있다면요?
그동안 진행해 온 세션들을 통해 참여자들로부터 받은 피드백을 보면, 커뮤니티가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있다는 점을 두 가지 측면에서 확신할 수 있었습니다.
첫째는 연구의 '방향성' 제시입니다. 자신만의 전문 분야에서 AI 활용을 고민하는 연구자들에게 AI가 어떤 문제의식 위에서 도구로 쓰일 수 있는지 가이드를 제공한 점이 큰 호응을 얻었습니다. 대표적으로 한국소프트웨어종합학술대회(KSC) 2025 협력 워크숍에서 진행된 박노성 교수님의 세션은 단순히 기술을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어떤 과학적 문제들을 AI로 접근할 수 있는지에 대한 '큰 그림'을 제시했습니다. 덕분에 많은 연구자가 자신의 연구 주제에 AI를 어떻게 연결할지 실질적인 힌트를 얻었다는 소감을 전해주셨습니다.
12월 17일 KSC 2025 협력 행사로 진행된 GDG AI 포 사이언스 워크샵에서 박노성 교수가 발표를 진행하고 있다.
둘째는 기술적 '구체성'의 확보입니다. AI 기술의 내부 구현 원리를 궁금해하는 연구자들에게 실제 구현 사례와 영감을 제공했습니다. 킥오프 행사에서 진행한 'JAX' 강연이 좋은 예인데, 이론적인 설명에 그치지 않고 실제 JAX 데모를 통해 내부 구현 방식과 설계 철학을 깊이 있게 다루었습니다. 이러한 깊이 있는 기술적 논의가 이론 중심의 공부보다 훨씬 큰 도움이 되었다는 의견이 무척 인상적이었습니다. 결국 GDG AI 포 사이언스 커뮤니티는 연구자의 단계와 관심사에 따라 필요한 방향성과 구체성을 동시에 제공하는 공간으로 기능하고 있습니다.
5. JAX, 텐서플로우(TensorFlow) 등 구글의 AI 기술들이 과학 연구 현장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시나요?
연구 현장에서 AI 기술과 도구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닌 '연구 인프라'의 일부가 되었습니다. 과학 연구는 본질적으로 복잡한 계산과 반복 실험을 수반하며 데이터와 모델의 규모는 갈수록 거대해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요구를 개인 연구자가 모든 기술 스택을 직접 관리하며 감당하기는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JAX, 텐서플로우(TensorFlow), 코랩(Colab), 글라우드 등 구글의 기술들은 복잡한 인프라를 효과적으로 단순화해 연구자가 본질적인 과학적 질문과 실험 설계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예를 들어 JAX는 물리나 생명과학 분야의 시뮬레이션을 가속화하고, 텐서플로우는 모델링과 실험 파이프라인을 체계화해 연구의 재현성과 확장성을 높이며, 클라우드 환경은 연구실 단위로는 접근하기 힘든 대규모 계산 자원과 협업 플랫폼을 제공합니다.
이처럼 연구 현장에서 AI 도구의 중요성은 이미 “있으면 좋은 기술”을 넘어, 이러한 도구 없이는 경쟁력 있는 연구를 지속하기 어려운 단계에 이르렀다고 체감합니다. 결국 구글의 AI 기술은 연구자들이 기술 자체를 다루는 수고에서 벗어나 새로운 방법론을 탐구할 수 있게 하는 핵심 연구 기반이 되고 있습니다.
6. 지난 12월 17일 여수에서 열린 KSC 2025 워크숍은 어떤 의미가 있었나요?
GDG AI 포 사이언스 코리아가 주도적으로 기획한 첫 대규모 오프라인 행사인 KSC 2025 워크숍은 우리 챕터의 독립성과 정체성을 확실히 보여준 자리였습니다. 출범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초기 단계임에도 불구하고, 국내 GDG AI 포 사이언스 커뮤니티의 가시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한 끝에 단독 워크숍을 성공적으로 개최했다는 점은 매우 중요한 성과입니다.
지난 12월 17일, KSC 2025 협력 행사로 개최된 GDG AI 포 사이언스 워크숍에서 발표자들이 세션을 진행하고 있는 모습
지난 12월 17일, KSC 2025 협력 행사로 개최된 GDG AI 포 사이언스 워크숍에서 발표자들이 세션을 진행하고 있는 모습
지난 12월 17일, KSC 2025 협력 행사로 개최된 GDG AI 포 사이언스 워크숍에서 발표자들이 세션을 진행하고 있는 모습
특히 이번 행사는 특정 연구 성과를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기존의 학술 행사 방식에서 벗어나, 다양한 전공 배경을 가진 연구자들이 모여 AI를 매개로 서로의 고민을 연결하는 장이 되었습니다. 과학적 문제의식에서 출발해 AI 기술을 거쳐 연구 방법론의 변화로 이어지는 흐름을 풀어내었으며, 참여자들이 자신의 연구를 돌아보고 새로운 접근 방식을 고민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습니다. 이는 'AI를 단순한 기술이 아닌 연구 인프라이자 공통 언어'로 바라보는 우리의 지향점을 잘 보여준 사례이며, 한국 AI 연구자들이 모이는 중심적인 학술 무대에서 새로운 연구 문화와 대화 방식을 제안했다는 점에서 매우 뜻깊은 시간이었습니다.
7. 2026년에 그려보고 계신 로드맵이나 목표가 궁금합니다.
2026년에는 GDG AI 포 사이언스가 단순히 세션이나 이벤트를 개최하는 커뮤니티를 넘어, 연구자들이 실제 연구 과정에서 AI를 함께 실험하고 연결할 수 있는 플랫폼형 커뮤니티로 한 단계 확장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세 가지 커다란 목표를 가지고 있습니다.
첫째, 여러 대학의 AI 대학원과의 연계 및 협업을 통해 GDG AI 포 사이언스의 가시성을 높이고, 연구자와 학생들이 보다 쉽게 커뮤니티에 참여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계획입니다.
둘째, 단발성 강연에 그치지 않고 핸즈온 워크숍을 확대, 연구자와 학생들이 실제로 AI 도구를 직접 활용해 보고 서로의 경험과 노하우를 공유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하고자 합니다.
셋째, 국내 연구자들뿐만 아니라 해외 연구자 및 글로벌 커뮤니티와의 연결을 강화하는 협력 프로그램을 점진적으로 추진할 예정입니다. 이러한 로드맵을 통해 2026년에는 GDG AI 포 사이언스가 단순히 ‘AI를 연구에 쓰는 방법을 소개하는 커뮤니티’를 넘어, AI 통해 연구 방식 자체를 함께 만들어 가는 커뮤니티로 자리 잡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8. AI가 기초과학의 난제들을 해결하는 거대 흐름 속에서 한국 연구자들의 역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AI는 기초 과학 분야에서 단순히 연산을 가속화하거나 대규모 데이터를 처리하는 효율화 도구를 넘어, 기존의 방식으로는 접근조차 불가능했던 복잡한 문제 공간을 탐색하게 해주는 새로운 ‘연구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복잡한 물리 시스템의 시뮬레이션, 신화학 물질 탐색, 생명과학 분야의 고차원 데이터 해석 등에서 AI는 연구자의 가설 설정과 실험 설계를 지능적으로 보조하고 확장하며 연구의 지평을 넓히는 결정적인 역할을 수행하게 될 것입니다.
특히 한국 연구자들은 탄탄한 기초 과학 역량과 독보적인 기술 수용 능력을 동시에 갖추고 있습니다. 우리는 단순히 외부에서 개발된 AI 기술을 가져다 쓰는 사용자에 머무르지 않고, 우리만의 날카로운 과학적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AI 활용의 새로운 표준을 제안하고 리드할 수 있는 독보적인 위치에 있다고 확신합니다.
9. 마지막으로, 아직 합류를 고민 중인 연구자나 엔지니어분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GDG AI 포 사이언스는 AI를 잘 아는 사람만을 위한 커뮤니티도, 특정 분야의 전문가만을 위한 커뮤니티도 아닙니다. 오히려 "내 연구 문제에 AI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가진 모든 분을 위한 공간입니다.
2025년 7월 2일 GDG AI 포 사이언스 출범 행사에서 단체 기념 사진을 촬영하는 참가자들.
모든 기술 스택을 완벽히 이해하지 않아도 괜찮고, 당장 정답을 가지고 있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연구 문제를 공유하고, 다른 분야의 연구자들과 대화하며 새로운 관점을 발견하려는 태도라고 생각합니다. AI를 연구에 어떻게 연결할지 고민하고 계신 과학자, 연구자, 그리고 엔지니어분들이라면 GDG AI 포 사이언스에서 여러분의 연구를 한 단계 성장시킬 수 있는 자극과 해답을 찾으시길 바랍니다.
함께 혁신을 만들어갈 과학자와 연구자분들을 기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