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계와 산업계를 잇는 연구자를 꿈꾸다: 오상은 교수가 전하는 구글 PhD 펠로우십 지원 조언과 경험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고려대학교 컴퓨터학과 교수로 재직 중인 오상은이라고 합니다. 2024년부터 모교인 고려대학교에 임용되어 학생들과 함께 즐겁게 연구하고 강의하며 지내고 있습니다.
제 주된 연구 분야는 ‘모바일 임베디드 시스템’(Mobile Embedded System)입니다. 다소 어렵게 들릴 수 있지만, 사실 스마트폰, 태블릿 등 다양한 IoT 기기처럼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사용하는 대부분의 최종 사용자(end-user) 디바이스가 이 범주에 속됩니다. 이러한 기기들은 최종 사용자와 매우 가깝기 때문에, 모바일 임베디드 시스템 연구는 우리 일상의 많은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저는 이러한 시스템 설계를 통해 사람들의 삶 곳곳에 컴퓨팅 기술을 효과적으로 적용, 새롭고 유용한 사용자 경험(UX)을 만드는 것을 궁극적인 연구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한국정보과학회 학술대회에서 오상은 교수가 발표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두 가지 연구 주제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첫째는 ‘모바일 IoT 시스템’으로, 여러 스마트 기기가 유기적으로 협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멀티 디바이스 플랫폼 기술과, 이러한 스마트 기기들을 자율적으로 관리 및 제어하는 AI 에이전트 기술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이 연구를 통해 더욱 다양한 UX 시나리오를 구현하고, 현재 모바일 IoT 환경의 활용 가치를 크게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둘째는 ‘온-디바이스 AI’ 분야로, 자원이 제한적인 ‘엣지 디바이스’(edge device)에서 여러 AI 작업을 실시간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실시간 컴퓨팅 기술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이 연구는 엣지 디바이스에서 다양한 AI 작업의 실시간성과 서비스 품질(QoS)를 보장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프로그램에 지원하시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프로그램에 지원한 2017년 당시 KAIST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었고, 마침 제 첫 논문이 모바일 컴퓨팅 분야의 최고 국제학술대회 중 하나인 ACM MobiSys에 게재 승인된 시점이었습니다. 이 논문을 통해 연구 주제에 대한 확신을 더 갖게 되었고, 이 분야를 본격적으로 깊이 연구하겠다는 다짐을 하던 때였습니다.
그러던 중 학교 공지를 통해 구글 PhD 펠로우십 프로그램을 처음 알게 되었고, 지원 분야에 모바일 컴퓨팅이 포함된 것을 확인했습니다. 이 프로그램에 지원하면 제 연구 비전에 대해 외부의 객관적인 평가를 받을 수 있고, 동시에 해당 분야에서 제 연구 잠재력을 시험해볼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습니다.
지원 과정에서는 특히 연구 제안서 작성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연구가 단순한 학문적 기여를 넘어 실제 사회 문제 해결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지 설득력 있게 제시하고자 깊이 고민했습니다. 특히, 멀티 디바이스 플랫폼 분야의 잠재력과 미래 가치를 강조하며, 이것이 미래에 필수적인 연구 영역임을 부각하고자 노력했습니다.
본 프로그램에 지원하면서 가장 기대했던 점은 무엇이었나요?
무엇보다 구글의 연구자들과 직접 교류할 기회를 가장 기대했습니다. 특히 구글에서 연결해주는 리서치 멘토와의 멘토링이 기대되었고, 제 연구 주제를 세계적인 관점에서 설명하고 피드백 받을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으로 다가왔습니다. 박사 과정 중에는 외부의 시각이나 의견을 접할 기회가 많지 않은데, 세계적인 연구자들과 소통하며 제 연구를 더욱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또한, 당시 펠로우로 선정되면 구글 마운틴뷰 캠퍼스를 방문할 기회도 주어졌는데, 연구자들의 일상과 구글 리서치 문화를 직접 경험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기대가 컸습니다. 아쉽게도 개인적인 사정으로 캠퍼스 방문은 하지 못했지만, 당시에는 마운틴뷰 방문 역시 큰 기대 중 하나였습니다.
본 프로그램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기억에 남는 도전이나 배운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구글 PhD 펠로우십 준비 과정에서 가장 큰 도전은 제 연구 주제를 명확하게 설명하고 그 필요성을 설득력 있게 전달하는 논리 구조를 세우는 것이었습니다. 머릿속으로 구상하던 연구 방향을 논리적인 제안서로 구체화하는 작업은 예상보다 훨씬 어렵고 시간도 많이 소요되었습니다. 하지만 이 과정을 통해 제 연구 방향을 더 깊이 성찰하고, 연구의 중요성과 목표를 더욱 명확하게 정립할 수 있었습니다. 이때의 경험은 이후 박사 학위 프로포절이나 디펜스를 준비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고, 후속 논문들의 전체 논리 구조를 세우는 데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었으며 연구 내용을 명확하게 전달하는 능력 향상으로 이어졌습니다.
펠로우십의 여러 혜택 중에는 앞서 말씀드린 멘토링 기회도 있었고, 지급된 장학금 역시 생활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값진 것은 제 연구가 구글로부터 인정받았다는 경험 그 자체였습니다. 이 인정이 박사 과정 중 겪는 어려움을 이겨내는 데 큰 힘이 되었고, 연구를 지속해나갈 중요한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고려대학교 교수 워크샵 행사에서 오상은 교수가 기념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구글 리서치 멘토와의 협업 경험이 연구에 어떻게 도움이 되었나요?
구글 리서치 소속 멘토와의 협업은 제 박사과정 연구에 있어 매우 특별한 경험이었습니다.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제 연구를 단순히 학문적 성과로만 보지 않고, 실제 산업계의 시각에서 어떤 문제가 중요하며 어떻게 받아들여지는지에 대한 통찰력을 얻을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멘토님께서는 현업 경험을 바탕으로 기술의 실제 적용과 실질적인 영향력에 대해 구체적인 조언을 많이 해주셨습니다. 또한, 모바일 시스템 분야에 대한 멘토님의 해박한 지식 덕분에 기술적으로도 큰 도움을 받았습니다. 특히 제 연구 아이디어를 구현하기 위한 디바이스 간 연결 방식, 시스템 내부 설계 등에 대한 실질적인 조언이 매우 유익했습니다.
프로그램이 연구 방향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궁금합니다.
구글 PhD 펠로우십 프로그램은 단순한 참여를 넘어, 제 박사 과정 전체의 연구 방향과 비전을 설정하는 데 중요한 전환점이 되었습니다. 펠로우십 선정 이후, 제 연구의 궁극적인 목표를 더 깊이 고민하게 되었고, 단기적인 성과보다는 장기적인 영향력을 가질 수 있는 연구를 설계하는 데 집중하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고민 속에서 개별 앱의 사용자 인터페이스(UI) 요소들을 사용자가 원하는 대로 여러 기기에 배치할 수 있는 플루이드(FLUID) 연구를 진행했으며, 이는 이후 FLUID-XP와 A-Mash 등 고도화된 연구로 자연스럽게 확장되었습니다. 이들은 모두 모바일 환경에서의 멀티 디바이스 상호작용을 다루는 연구들로, 여러 기기들이 유기적으로 협력하여 사용자에게 더 풍부하고 자연스러운 경험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특히 연구 구상 및 실행 과정에서 멘토링을 통해 얻은 통찰력이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덕분에 제가 정의한 연구 문제들이 학문적 의미와 실질적인 기술 가치를 동시에 추구할 수 있도록 방향을 잡는 데 중요한 기준점을 마련할 수 있었습니다.
본 프로그램을 통해 인공지능이 연구 방향이나 접근 방식에 변화를 주었나요?
사실 박사과정 당시 제 연구가 인공지능과 직접적인 연관성이 크지는 않았습니다. 주로 모바일 기기 간 상호작용을 위한 시스템 아키텍처 설계나 리소스 관리에 집중하고 있었기 때문에, AI 기술을 연구에 통합하는 방안을 깊이 고민해보지는 못했습니다.
하지만 연구를 진행하며 인공지능이 멀티 디바이스 환경에서 보다 지능적인 의사결정을 내리는 핵심 열쇠가 될 수 있음을 깨달았습니다. 예를 들어, 어떤 기기를 서로 연결할지, 특정 작업을 어느 기기에서 수행할지와 같은 문제는 단순한 규칙 기반 접근 방식보다는 사용자의 맥락과 사용 패턴을 기반으로 동적으로 판단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입니다. 이처럼 AI는 복잡한 기기 간 상호작용을 사용자 중심으로 최적화하는 데 매우 유용한 도구가 될 수 있으며, 저 역시 현재 이러한 방향으로 시스템 연구를 확장하고 있습니다.
구글 PhD 펠로우십 프로그램 역시 제 박사과정 이후 진로 설계에 중요한 영향을 미쳤습니다. 펠로우십 경험을 통해 학계와 산업계 모두에 의미 있는 기여를 할 수 있는 연구자가 되고 싶다는 목표를 갖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목표를 가장 잘 실현할 수 있는 역할로 자연스럽게 대학교수를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연구 결과를 논문으로 발표하여 학계에 기여하는 동시에, 기술 이전이나 산학 협력 프로젝트를 통해 연구를 실제 산업과 연결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교수직의 가능성을 크게 보았습니다.
구글이 연구 및 학문 발전에 기여한다고 생각하는 부분이 있다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구글은 기술 및 서비스 중심 기업임에도 불구하고, 기초 연구와 학문적 기여에 꾸준히 장기적으로 투자하는 점이 인상적입니다. 특히 구글 PhD 펠로우십 프로그램처럼 잠재력 있는 초기 연구자들을 발굴하고 지원함으로써 학문 생태계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구글은 학계와 산업계를 잇는 중요한 가교 역할을 수행합니다. 구글 리서치의 많은 연구 결과가 학술대회를 통해 발표될 뿐만 아니라, 오픈소스 코드나 데이터셋 형태로 공개되는 경우가 많아 학계 연구자들이 이를 자유롭게 활용하며 연구를 확장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주고 있습니다. 저 역시 안드로이드 플랫폼이 오픈소스로 제공되었기에 멀티 디바이스 플랫폼 관련 연구를 수행할 수 있었습니다. 만약 구글이 안드로이드를 공개하지 않았다면 제 연구는 시작조차 어려웠을 것입니다. 이러한 구글의 개방적인 연구 문화는 새로운 연구를 설계하거나 실제 문제에 접근할 때 매우 유용한 기반이 된다고 봅니다.
앞으로 구글과의 협력을 통해 이루고 싶은 목표나 계획이 있나요?
제가 현재 집중하고 있는 멀티 디바이스 상호작용 및 온디바이스 AI 분야는 구글이 보유한 기술 및 생태계와 매우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습니다. 안드로이드, 웨어 OS(Wear OS), 매터(Matter) 등 구글이 제공하는 다양한 디바이스 플랫폼은 사용자 일상의 핵심적인 부분을 구성하며, 이러한 플랫폼 간의 유기적인 연결과 상호작용의 중요성은 앞으로 더욱 커질 것입니다.
저는 이러한 환경 속에서 사용자의 맥락을 깊이 이해하고, 여러 디바이스가 자율적으로 협력하여 사용자에게 최적의 경험을 제공하는 지능형 시스템을 설계하는 데 큰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만약 구글과 협력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실제 구글의 제품 및 플랫폼 위에서 실험적이면서도 실용적인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연구를 함께 설계하고 싶습니다. 특히 사용자 경험(UX)과 기반 기술 사이의 간극을 줄이는 공동 연구를 통해 실질적인 기술 발전에 기여하고 싶습니다. 나아가 구글의 폭넓은 글로벌 리서치 네트워크와의 지속적인 교류를 통해, 산업계와 학계의 경계를 넘어 실질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협력 기회를 꾸준히 만들어나가고 싶습니다.
과학, 컴퓨터 분야에서의 구글의 인공지능 프로그램들이 어떤 역할을 한다고 생각하나요?
구글의 인공지능 프로그램들은 단순히 기술 발전을 이끄는 것을 넘어, 과학 및 컴퓨터 분야의 연구 방식 자체를 변화시키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대규모 언어 모델(LLM)과 생성형 AI 기술은 이제 단순한 도구의 차원을 넘어섰습니다. 연구 아이디어를 구상하고, 관련 문헌을 효율적으로 정리하며, 논문 초안을 작성하는 등 연구 전 과정에서 연구자의 사고와 작업을 보조하고 확장하는 실질적인 파트너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저 역시 구글 제미나이(Gemini)와 같은 도구를 아이디어 구상이나 논문 요약 정리에 유용하게 활용하고 있으며, 주변 동료 연구자들 사이에서도 다양한 AI 도구를 연구 현장에 적극적으로 도입하는 모습을 자주 목격합니다. 이런 구글의 AI 프로그램들은 기술의 진보뿐 아니라, 연구의 접근 방식과 생산성을 근본적으로 재정의하고 있는 중요한 촉진자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본 프로그램에 지원하고자 하는 연구자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구글 PhD 펠로우십 프로그램은 단순한 장학금을 넘어, 그 이상의 가치를 지닌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이 프로그램에 관심이 있다면, 먼저 자신의 연구 방향과 그의미를 깊이 되짚어보는 과정부터 시작해보시길 권합니다.
지원서를 작성하는 과정은 단순히 연구를 어필하는 것을 넘어, ‘내가 어떤 문제를 해결하고 싶은가?’, ‘왜 이 연구가 필요한가?’와 같은 본질적인 질문에 답하며 스스로 연구 방향을 명확히 정립하는 소중한 시간이 될 것입니다. 지원서에서는 기술적인 기여도 중요하지만, 자신의 연구가 실질적으로 세상에 어떤 긍정적인 변화를 미칠 수 있을지, 그 잠재력을 설득력 있게 제시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지원 시점에 모든 것이 완벽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저 역시 박사 과정 초반에는 불확실한 점이 많았고 고민도 계속되었지만, 꾸준히 추구해 온 연구의 방향성과 가능성을 믿고 용기를 내어 지원했던 기억이 납니다. 마지막으로, 구글이라는 세계적인 연구 커뮤니티와 교류할 수 있다는 점만으로도 이 프로그램은 충분히 도전해볼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