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 너머의 가능성: 유재민 교수가 전하는 구글 PhD 펠로우십 후기

자기 소개 부탁드립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전기및전자공학부 조교수 유재민입니다. 조교수가 되기 전 서울대학교 컴퓨터공학부에서 학위를 마치고 카네기멜런대학교의 박사후연구원을 거쳤습니다. 저는 머신러닝 및 딥러닝 기반의 데이터마이닝 연구를 오래 해 왔고, 박사 학위 논문은 그래프 신경망과 확률 모델을 결합해서 모델의 해석 가능성 및 일반화 성능을 향상시키는 문제를 다루었습니다. 현재는 학생 때에 비해 연구 관심사가 넓어져서 그래프 신경망, 시계열 분석, 이상 탐지, 추천 시스템 등의 분야를 연구하고 있습니다.
유재민 교수가 지도하는 KAIST 데이터 인공지능 연구실(Data AI Lab) 학생들과의 단체 사진

프로그램 지원 동기가 궁금합니다.
평소에 구글 PhD 펠로우십 프로그램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는데 마침 학과에서 지원 공고가 난 것을 확인하고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당시 석박사통합과정 4년차였는데 지도교수님이던 서울대학교 강유 교수님께서 적극적으로 추천해 주셔서 지원을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지원 과정에서 약 4쪽 정도의 연구 프로포절을 작성하고 평소 교류가 있던 교수님들께 추천서를 받아 학과 행정실에 지원서를 제출했습니다.
지원 당시 연구에 대한 철학과 비전을 다른 사람에게 공유하고 이를 평가받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당시 저는 그래프를 마코프 망(Markov network)으로 해석해 신경망 모델과 확률 추론(probabilistic inference) 알고리즘을 결합하는 연구를 수행하고 있었고, 이를 통해 기존 그래프 신경망 모델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을 거라 기대하고 있었습니다. 다만, 많은 사람들이 연구하던 주제가 아니라 연구 방향에 대한 확신이 없는 상태였습니다. 연구 제안서를 작성하면서 제 연구 방향성과 비전을 최대한 담으려 노력했습니다.
어떤 점이 가장 도움이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대학원생으로서 개별적인 연구와 프로젝트 수행에 집중하던 시기에 제 연구 방향을 큰 그림에서 점검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연구 프로포절을 작성하는 과정, 교수님들께 추천서를 요청하는 과정에서 어떻게 하면 저라는 연구자를 더 잘 드러내고 자신감 있게 저를 표현할 수 있을지 많이 고민했습니다. 이때 한 고민들이 프로그램 선정뿐만 아니라 이후 제 연구에 좋은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합니다.
구글 리서치 멘토와의 협업 경험이 연구에 도움이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저의 경우 연구 뿐 아니라 이후 진로를 정할 때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당시 구글코리아 엔지니어가 멘토링을 해주셨는데요, 당시 구글이 어떤 문제에 집중하고 있는지 많이 알려주셨습니다. 특히 신경망 모델 최적화와 텐서플로우(TensorFlow) 라이브러리 개선 방향에 대한 얘기를 들었는데, 학계에서 하는 고민과는 사뭇 달라서 해당 내용을 무척 재밌게 들었습니다. 제가 박사 졸업 때가 되어 박사후연구원 등 진로를 고민하고 있을 때 다시 한 번 연락을 드렸는데, 무척 친절하게 답변해 주셔서 이후 진로를 결정하는 데도 도움이 되었습니다.
인공지능이 연구 방향이나 접근 방식에 변화를 주었나요?
제가 가지고 있던 연구 방향이 사람들의 인정을 받은 것 같아 자신감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래프 신경망 모델과 확률 추론을 결합하는 방향이 당시 많은 사람들이 연구하던 방향이 아니었기에 고민이 많았는데, 펠로우십 프로그램 수상을 계기로 마음을 굳히고 해당 방향에 매진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구글의 연구 방향이나 성과에 대해 자연스럽게 더 관심을 갖게 되면서 학계에서만 쓰이는 연구보다는 산업계에서도 쓰이고 실제 세계에 더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연구를 하고 싶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또한, 구글 PhD 펠로우십은 제가 국제 학회에서 활동하고 제 연구를 홍보하는 데 많은 도움을 주었습니다. 처음 보는 자리에서 CV를 공유할 때, 제가 하던 연구도 중요하지만 제가 구글 PhD 펠로우십 수상자라는 면에서 저를 호의적으로 생각해 주거나 제게 추가적으로 연락한 분들이 많이 계셨습니다. 물론 연구자는 연구 결과로 평가받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지만, 펠로우십 수상 경험이 제 연구를 소개할 수 있는 더 많은 기회를 주었다고 생각합니다.
구글이 연구 및 학문 발전에 기여한다고 생각하는 부분이 있다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전세계 IT 회사의 리더로서 컴퓨터 공학 및 인공지능 연구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합니다. 구글에서 수행한 연구가 논문이나 기술 블로그를 통해 공개되면 많은 연구자들이 구글의 노하우를 습득하기 위해 노력하고, 오픈소스로 공개되는 경우에는 많은 이들이 더 좋은 아이디어를 떠올리고 실험하는 기반이 되어 줍니다. 또 많은 이들이 구글을 꿈의 회사로 여기며 구글 입사를 목표로 열심히 연구하기도 합니다.
저는 그래프 신경망 분야의 연구를 많이 수행하는데, 그래프 데이터가 무엇인지, 그래프 신경망 연구가 왜 필요한지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럴 때 제가 구글 딥마인드에서 작성한 그래프 신경망을 통해 교통량 예측을 수행하는 내용에 대한 기술 블로그를 활용해 답변을 대신한 경험이 있습니다.
앞으로 구글과의 협력을 통해 이루고 싶은 목표나 계획이 있나요?
인공지능 분야의 교수로서 구글과의 적극적인 협력은 학계 연구의 한계를 뛰어 넘을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학계에서는 컴퓨팅 자원의 한계로 수행할 수 있는 연구에 제약이 많은데 구글과 같은 글로벌 회사와 협력했을 때 기존 학계에서 수행할 수 없던 대규모 연구를 수행할 수 있습니다. 또, 학계에서 관심을 갖는 문제가 실제 산업의 트렌드와 불일치할 때도 종종 있는데 구글에서 관심을 갖고 역량을 집중하고자 하는 문제를 함께 연구할 수 있다면 그 자체로 좋은 경험이라 생각합니다.
과학, 컴퓨터 분야에서의 구글의 인공지능 프로그램들이 어떤 역할을 한다고 생각하나요?
구글의 인공지능 기술은 전반적인 과학 기술 발전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면서 이 분야를 선도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때 세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알파폴드(AlphaFold) 모델, 양자 AI 기술 등 여러 기술 분야를 포괄적으로 다루는 대규모 연구나 기존 기술로 다루기 어려웠던 한계를 돌파하는 연구가 구글의 주도로 많이 이루어진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최근에 출시된 젬마 3(Gemma 3) 모델을 써본 적 있는데 작은 크기에 비해 무척 성능이 좋아서 놀란 경험이 있습니다.
본 프로그램에 지원하고자 하는 연구자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제가 펠로우십 프로그램에 지원할 때 제 연구 실적은 다른 분들에 비해 좋은 편은 아니었습니다. 연구를 잘하는 분들이 국내외에 너무 많았기 때문에 당시에는 실력에 대한 자신감이 떨어져 있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선정될거란 기대를 전혀 하지 않았는데 뜻밖의 결과를 얻게 되어 무척 놀랐습니다.
선정된 이유를 생각해 보면 그 순간의 연구 실적보다는 연구자로서 제가 가지고 있던 비전과 철학을 잘 보여주었기 때문이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좋은 연구는 오랜 시간이 지나야 빛을 발하는 경우가 많고, 대학원생으로서 정신없이 살다 보면 큰 그림을 잊어버릴 때가 많습니다. 프로그램에 지원하고자 하는 연구자들도 현재 실적에만 매몰되지 않고 자신감을 갖고 지원해 보면 어떨까 생각합니다.
유재민 교수가 지도하는 KAIST 데이터 인공지능 연구실(Data AI Lab) 단체 사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