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는 알파폴드를 어떻게 활용하고 있을까요?
단백질은 우리 몸이 질병과 싸우는 방식부터 생명체의 진화 과정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생물학적 과정을 관장하는 미세한 생체 기계입니다. 단백질의 기능은 고유한 3D 구조에 의해 결정되지만, 수십 년 동안 그 구조를 파악하는 것은 오랜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드는 작업이었습니다. 5년 전, 구글은 아미노산 서열만으로 단백질 구조를 정확하게 예측하는 AI 시스템인 '알파폴드(AlphaFold)'를 선보였고, 이를 전 세계 누구나 무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현재 알파폴드는 300만 명 이상의 연구자들이 사용하고 있으며, 그 중 3분의 1 이상이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 있습니다. 한국의 경우 현재 약 8만 5천명의 연구자가 알파폴드를 통해 연구를 가속화하고 있으며, 이는 아태지역에서 알파폴드 도입에 가장 적극적으로 참여한 상위 5개 국가 중 하나입니다.
치명적인 질병 퇴치 연구부터 완전히 새로운 생명체의 발견까지, 아태지역 연구자들이 알파폴드를 활용해 의학 및 과학 분야에서 혁신을 이룬 5가지 사례를 소개합니다.
1. 한국: 눈에 보이지 않는 질병의 원인을 밝히다
KAIST(한국과학기술원) 송지준 교수 연구팀은 DNA 구조의 변형이 어떻게 암과 각종 질병을 유발하는지 연구하고 있습니다. 연구팀은 알파폴드를 활용해 기존에는 파악하기 힘들었던 핵심 단백질의 영역을 분석하고, 숨겨진 상호작용 부위를 찾아냈습니다. 송 교수는 "알파폴드는 구조생물학계의 인터넷과 같다"라고 표현했습니다.
2. 말레이시아: ‘침묵의 살인자’와 맞서 싸우다
주로 오염된 토양이나 물을 통해 감염되는 박테리아인 부르크홀데리아 슈도말레이(Burkholderia pseudomallei)에 의해 발병하는 멜리오이도시스는 매년 약 9만 명의 목숨을 앗아갑니다. 말레이시아 국립대학교(UKM)의 수 닷 람(Su Datt Lam) 박사 연구팀은 알파폴드를 활용해 이 박테리아의 단백질 구조가 어떻게 생존하고 확산하는 데 관여하는지를 분석하고 있으며, 이 "침묵의 살인자"와 싸울 신약 개발 속도를 높이고 있습니다.
3. 싱가포르: 파킨슨병의 새로운 단서를 찾아내다
싱가포르 과학기술청(A*STAR)과 국립신경과학연구소(NNI)의 잭위 림(Jackwee Lim)과 잉샤 차오(Yinxia Chao) 연구팀은 알파폴드를 활용해 퇴행성 뇌질환인 파킨슨병과 연관된 단백질의 전체 3D 구조를 최초로 시각화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이를 통해 인체의 면역 체계가 해당 단백질의 기능을 어떻게 저해하는지 밝혀냈고, 이는 조기 진단 및 표적 치료를 위한 새로운 길을 열어주었습니다.
4. 대만: 단백질 형태의 새로운 지평을 열다
대만 중앙연구원(Academia Sinica)의 대니 슈(Danny Hsu) 박사 연구팀은 구조가 알려지지 않은 단백질을 연구하기 위해 알파폴드를 활용했습니다. 그 결과, 이전에 보고된 적 없는 복잡한 단백질 접힘 형태인 '71-토러스 매듭(71-torus knot)'을 예측해 냈습니다. 연구팀은 이후 실험실을 통해 이 예측이 정확했음을 입증하며, 알파폴드가 완전히 새로운 과학적 현상을 발견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5. 일본: 온천에서 새로운 생명체를 발견하다
일본 온천의 미생물을 연구하던 우라야마 슌이치(Syun-ichi Urayama) 박사 연구팀은 괴상한 형태의 바이러스를 발견했습니다. 알파폴드를 활용해 단백질 구조를 분석한 결과, 이 바이러스는 이전까지 알려지지 않았던 새로운 생명체 계통에 속한다는 사실이 확인됐으며, 이는분자 진화의 새로운 지점을 밝혀낸 사례로 평가됩니다.
아태지역 다섯 가지 사례는 알파폴드 도입 이후 전 세례 과학자들이 이뤄낸 수많은 발견 중 극히 일부에 불과합니다. 소외 열대 질환 해결부터 진화의 역사 재정립에 이르기까지, 알파폴드는 생물학 연구를 근본적으로 변화시켰으며 전 세계 과학자 커뮤니티가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인류가 직면한 난제들을 해결할 수 있도록 힘을 실어주고 있습니다.
노벨 화학상 수상 소식을 비롯해 알파폴드에 대한 더 자세한 내용은 구글 딥마인드(Google DeepMind) 블로그에서 확인해 보세요.